2021.5.1일은 난과함께신문 창간 6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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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된 자귀나무
녹음 사이로 꽃구름인 양 자귀나무꽃이 한창이다. 가까이서 보면 명주실에 분홍물감을 들인 듯하여 그 자태가 가히 환상적이다.
보이는 것만 대충 헤아려보아도 수십 그루가 되지 싶다. 주변에 자귀나무가 이렇게 많은 것을 모르고 지내온 내 무신경에 스스로도 놀란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자귀나무꽃이 이렇게 많이, 또 화려하게 핀 것을 못 보았다고들 했다.
어떤 이는 밤중에 잎이 접혀지기에 ‘야합수’라고도 하는 자귀나무가 촛불시위에 자극을 받아 분홍색의 꽃을 일제히 터트렸다고 흰소리를 했다. 꽃도 시절을 아는지 모를 일이라고 맞장구를 치는 이도 있다.
자귀나무는 쌍떡잎식물로 콩과의 낙엽소교목이다.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고, 가을엔 콩꼬투리 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가을바람에 달각달각하는 소리 또한 정겹게 들려주기에 유정수(有情樹)라고도 한다.
어찌됐건 꽃이 없을 때의 자귀나무는 한갓 잡목이였는데 꽃을 달고 난 후엔 그야말로 스타가 된 셈이다. 겉모양만을 중요시하는 세상풍조가 자귀나무에도 예외가 아니 것 같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함에 있어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몸의 매무새(體貌), 말씨(言辯), 글씨(筆跡), 판단(文理)을 말하는데 이 네 가지 조건을 구비한다면 관리로서 처세에 손색이 없다고 여겼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신(身)이다.
신은 외형적으로 인물이 잘난 것만 아니고 심신의 건강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인물이 출중해도 심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인물이나 재능이 무용지물이 되기에 이를 우선시했다.
굳이 베이컨의 ‘건강한 육체는 정신의 사랑방이며, 병든 육체는 그 감옥이다’라는 말을 빌리지 않아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건강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세상인심은 마음의 건강은 본체만체하고 오로지 겉모양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특수를 누리는 곳이 두 군데라고 한다. 한 군데는 특별사면으로 운전면허 재취득을 하기 위한 면허시험장이고, 또 한 군데는 성형외과란다.
사람의 외양, 즉 풍채가 있는 몸집인 허우대는 하늘이 내린 은전(恩典)이 아닐 수 없다. 외양이 그럴싸하면 절반은 성공인 세상이다.
그렇긴 하나 너무 실망만 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세상을 쥐락펴락한 영웅 중에는 난으로 치면 단엽종에 해당하는, 그것도 품종이 우수한 단엽종이 한둘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고려의 명장 강감찬,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프랑스의 나폴레옹, 중국의 등소평이 하나같이 오척 단구였다.
우리 난계로 본다면 얼핏 생각나는 분이 ‘새우란’을 펴낸 장길훈 선생이다. 이곳 거제엔 거제도난연합회 김강집 회장, 거제애란회 문명웅 회장 등이 우수한 단엽종으로 평가를 받는데, 필자 또한 단엽종으로 분류되고 있어 심기가 불편하나 대세에 밀리고 있다.
각설하고, 사람의 외양 때문에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다.
방통은 삼국지 최고의 추남으로 이름이 높다. 짙은 눈썹에 들창코에다 시커먼 얼굴에 짧은 수염을 달고 있었으니 이를 본 손권은 괴이쩍다 하여 천하의 재사를 홀대했다.
방통의 재주를 알아본 유비는 그를 부군사에 임명하였는 바 방통은 그 은혜에 감복하여 유비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미국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은 1885년 철도재벌이며 상원의원이었던 르랜드 스탠포드가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대학이다. 이 대학 설립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온다.
르랜드 스탠포드 부부는 많은 재산을 교육사업에 헌납키로 했다. 다음날 부부는 하버드 대학을 방문하였다. 정문을 들어서려는데 허름한 옷차림의 두 노인을 본 수위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불친절하게 따지듯이 물었다.
“노인 양반들, 지금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거요?”
“총장님을 뵈러 왔는데요.”
수위는 아주 경멸하는 태도로 답했다.
“총장님께서는 댁들을 만날 시간이 없소.”
노부부는 수위의 태도에 불쾌했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물었다.
“대학교를 설립하려면 돈이 얼마나 듭니까?”
“내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또 댁들 같은 사람들이 그건 왜 묻습니까?”
마음에 상처를 받은 노부부는 기부하려던 계획을 없던 일로 하고 직접 학교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가진 전 재산을 투자하여 설립한 대학이 미국에서 제일가는 대학 중 하나인 스탠포드이다.
한편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하버드 대학에서는 그 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아쉬워했다.
그 후부터 하버드 대학 정문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있게 되었다.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난에 있어서도 그렇다. 외양만 보면 하릴없는 민춘란일지라도 그 속에 세상을 혼절시킬 명화를 지닌 명품도 많다.
난은 군자(君子) 또는 우아한 선비(雅士)로 별칭되고 군자지란(君子之蘭), 공곡선자(空谷仙子), 은군자(隱君子) 등으로 불리었으나 돈이 지상의 선이 된 지금엔 그 정체성도 상징성도 상실해가고 있다.
살갑게 눈길 한번 준적도 없는 자귀나무로 해서 폭염의 산하가 한결 아름답다. 아니 품격을 더한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