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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철 난인의 詩> 춘설(春雪)
기사입력  2019/11/28 [00:15]   육근철 공주대 명예교수

 

 

 

             언어는 짧고 침묵은 하염없이 긴 넉 줄 시

 

춘설(春雪)

                                               육근철

수선화

감기 걸릴라

덮어 준

하얀 이불

 

수선화는 활짝 핀 꽃보다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뜰에 나가보니 그 가냘픈 잎새 위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얼마나 추울까? 연민의 눈길을 주다 불현 듯 아- 이불을 덮었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춘광(春光)// 수선화/봄이 왔다고/금잔옥대(金盞玉臺)/술 한 잔

 

몇 해 전 제주수선이 보고 싶어 제주도 대정읍 안성리 추사 유배지를 찾아갔었다. 그런데 꽃 피는 시기를 잘 못 맞추어 금잔옥대 수선화 꽃은 보지 못하고 추사의 불이선 난도(不二禪)인 듯 거칠게 꺾어지고 뒤틀린 수선화 잎새들만 실컷 보고 왔다.

제주도에는 흰 꽃잎 노란 꽃술의 수선화가 지천으로 피어있었단다. 하도 흔한 꽃이라 사람들은 관심도 없었는데 추사가 캐다가 집안 뜰에 심어 애지중지 기르고, 붓으로 수선화를 그려 화제로 칭송함으로써 화초로 대우를 받기 시작 했단다. .

이렇듯 수선화는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지만, 비탈진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피는 하얀 꽃이 소박하고 아름다워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수선화는 수면에 비친 자기 모습에 빠져 죽은 나르키수스의 그림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슬프다.

 

수선화//이미 알고 있었지/네가 그림자라는 걸// 너도 알고 있었지/내가 그림자라는 걸//그림자의 그림자가/놀다 간 자리// 못다 핀/꽃 한 송이.

 

일 년 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림자의 그림자가 놀단 간 자리에 아름다운 수선화가 피는 봄이다. 그래서 수선화 꽃말도 ‘자기 사랑’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내 그림자에 취하여 사는 것은 아닐까? 자존감을 갖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gdyuk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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