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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 칼럼> 기심(機心)과 허심(虛心)
기사입력  2024/03/13 [10:49]   이성보 거제자연예술랜드 원장

한국난계 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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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춘란 소심 '동창'     © 김성진

 

기심(機心)과 허심(虛心)

 

고양이와 친하게 되었다. ‘미야라고 내가 이름 붙인 길고양이다.

친하다고 하였으나 밀쳐놓은 먹잇감을 물고 잽싸게 내빼지 않고 한발짝 앞에서 먹는 정도다. 팔을 뻗쳐 고양이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손을 대는 순간 화들짝 도망을 갈 것이고 다시는 가까이 오지 않으리란 조바심 때문이다.

 

이놈이 경계경보를 완전히 해제한 것은 아니나 이정도로 발전한 것도 근 반년을 공을 들인 덕분이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적대감을 갖지 않도록 조심하여 줄 것을 당부한 것은 물론이고, 이놈이 나타날 때마다 먹잇감을 바치면서 아양을 떨었다. 길고양이에게 정성을 들여봤자 아무 소용없다며 그 정성의 반이라도 마누라에게 기울이라는 핀잔도 예사로 들었다.

 

길고양이의 환심을 산 것은 자기를 해코지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믿게 한 것이니, 가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황한 길고양이 애기는 기심을 말하고자 함에서다. ‘기심은 무엇을 획책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난 기르기에 있어 금기사항이 많겠으나 기심도 과욕 못지않게 중요하지 싶다.

 

전국 규모의 전시회에서의 수상을, 아니면 돈을 목적으로 거금을 들여 명품을 입수하는 사람도 많은 줄 알고 있다. 기심으로 난을 기르면 촉수를 늘려주지 아니하고 꽃도 제대로 피워주지 않는다. 난이 때로는 얄미울 정도로 영악함도 지녔음을 알게 될 것이다.

 

서법의 대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던 중국에서는 글씨가 그 사람의 실력과 인격을 가늠하는 잣대였다.

 

왕휘지는 서성(書聖)이라 불릴 정도 실력이 뛰어났다.

 

왕휘지가 하루는 부채가게를 지나게 되었다.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노파의 가계엔 손님이 없어 썰렁하였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그는 가계 안으로 들어가 부채 다섯 개에 글씨를 몇 자 써주었다.

 

노파는 사지도 않을 부채에 낙서를 한다고 불쾌해하며 돈을 요구했다. 그러자 왕휘지는 부채 값이 얼마입니까?라고 물었다. ”하나에 일문이요.“ 왕휘지는 그 부채를 문 앞에 내걸으시오. 백 전은 받을테니라고 말하며 가게를 나왔다.

 

노파가 부채를 들고 어리둥절해 있는데, 마침 한 손님이 왕휘지 글씨가 쓰인 부채를 보자 급히 들어와 백 전을 내는 것이었다. 나머지 부채도 눈 깜짝할 사이에 백 전에 팔렸다.

 

다음날 왕휘지가 다시 가게 앞을 지나자 노파는 서둘러 나와 글씨를 청했으나 왕휘지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명문 집안 출신이라는 이점과 뛰어난 재주로 출세가 약속되었으나, 명예와 권력을 멀리한 채 오로지 글쓰기에만 전념했던 그였다. 그는 자신의 재주를 이용해 재물을 늘리거나 남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재주를 스스로 아끼며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시는 이태백이요, 글씨는 왕휘지라하였기에 태종이 죽기 전 그가 쓴 난정집서를 함께 묻어달라고 했을 정도로 그의 글씨는 많은 사람의 아낌과 사랑을 받았다.

 

조금만 재주가 있어도 알리지 못하여 안달을 내는 자기 PR시대라는 세상이다.

 

낭중지추라 했다. 주머니 속의 송곳, 곧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드러난다고 하지 않던가.

 

가짜 학위 소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때에 스웨덴의 한림원에서는 각 부문별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후보자 선정에서 수상자 발표에 이르기까지 보안이 얼마나 철통같은지 첩보원도 울고 간다고 하니 다한 말이다. 보안이 이 정도는 되기에 노벨상의 권위 또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주는 상도 사양하거나 마다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련만, 이를 쟁취고자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패덕의 시대에 살다보니 정의와 정도가 무엇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난을 영초(靈草)라 하였으니 난분 위에 다소곳이 앉아서 사람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허심으로 난을 기르다보면 더러 상복도, 뜻하지 않은 돈다발도 안겨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로지 글쓰기에만 전념하였던 왕휘지 선생, 옛사람의 삶과 지금 우리의 삶이 너무나 흡사하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 이성보 난인 & 시인은 

▲ 능곡 이성보 선생     ©김성진

 

- 호는 능곡, 1947년 경남 거제 출생.

- 1989년 현대시조 등단.

- 시집 : '바람 한 자락 꺽어 들고', '난의 늪', '내가 사는 셈법', 

- 수필집 : '난을 캐며 삶을 뒤척이며', '난과 돌, 그 열정의 세월', '난향이 머무는 곳에도',

- 칼럼집 : '석향에 취한 오후', '난에게 길을 물어', '세상 인심과 사람의 향기', 

           '행복과 지지'

- 수상내역 : 신한국인상, 자랑스런경남도민상, 현대시조문학상, 거제예술상,

              경남예술인상, 한국란명품전 대상, 한국난문화대상, 

- 기 타 : (사)자생란보존회 전무이사, 거제문인협회장, 동랑 청마기념사업회장 역임

- 현 재 : 현대시조 발행인, 향파기념사업회 이사장, 거제자연예술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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