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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 칼럼> 운(運)을 생각하며
기사입력  2020/03/04 [04:12]   이성보 거제자연예술랜드 원장

 

 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는 한국의 역사와

애란인의 역사를 기록 보존합니다.

 (2020.3.3일 현재 : 난관련 자료 11.894건이 DB화 되어 있습니다)

 

 

▲ 수류화개실 일송정의 석곡     ©일송 김성진

 

 

운(運)을 생각하며

 

눈길 닿는 데마다 꽃이다. 그야말로 사방천지 꽃이다.

산수유가 노란 우산을 펼치는가 싶더니 붓을 바투 세운 목련의 붓놀림이 한껏 우아해지고, 어느새 벚꽃의 화려함이 세상을 온통 축제 분위기로 바꾸어놓았다. 꽃나무들이 우주의 순환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어떻게 읽어내는지 그 모습이 신비함을 넘어 거룩하기조차 하다.

 

사람들은 꽃을 보면서 삶이 윤택해지기를 바라고 생기를 찾는 노력을 한다. 연전에 남해의 하준호 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추스려보니 족히 20년이 넘은 통화였다.

 

뜬금없이 흰할미꽃을 보내겠다고 했고, 며칠 후 할미꽃 몇 포기가 담긴 택배가 배달되었다. 고마움에 남해에 들르면 박주(薄酒)라도 나누리라 하고는 잊고 지냈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에 여태 멀쩡하던 수반들이 얼어터져 사천에 있는 '홍연화분'으로 수반을 사러 갔었다. 가게에 먼저 와있던 한 분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누군지 얼른 알 수가 없어 난감해 하였더니, 예전에 남해에서 은혜난원을 운영했던 김종문이라고 했다. 근황을 여쭈었더니 난원은 어떤 아픔으로 그만 두었고 만년청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대화 도중 하준호 형의 안부를 물었더니 돌아가신 지 1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믿기지 않아 흰할미꽃 얘기를 했더니 놀라운 말을 했다. 하준호 형이 간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이미 다른 장기에도 암이 전이되어 회생이 어려운 상태였단다. 생을 정리하면서 소장란이며 어렵게 채취하여 포기를 늘린 흰할미꽃 등을 지인들에게 전부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때서야 나에게 흰할미꽃을 보낸 연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준호 형은 20여 년 전 필자가 이 '난과 생활'지 '逢蘭餘話'란에 쓴 '후레쉬로 캔 흰술꽃'이라 제한 글 속의 주인공 'H선생'이다. 나와는 동년배이기도 하고 둘 다 남해와 거제 섬 출신이라서 각별한 정을 나눈 터였다.

 

나는 잊고 지냈는데 그는 나를 잊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살갑게 전화라도 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명복을 비는 것으로 달랬다.

 

여태 팔에 남아 있는 주사바늘 자국을 들여다보면서 운명이란 것을 생각했다.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 나는 운(運)이 좋은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운은 구른다고 한다. '運'이라는 글자는 천천히 걸어갈 착(辶)자에 덮을 멱(冖)자가 위에 있고 수레바퀴 차(車)자로 이루어져 있으니, 수레 위에 덮고 천천히 이동해간다로 풀이된다. 그래서 알 수 없는 것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이란 사람의 작품집인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실려 있다.

 

한 선비가 과거에 번번이 낙방을 했다. 나이가 들어 흰 수염이 났는데, 가산은 기울대로 기울어 아내마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버렸다. 선비는 대들보에 목을 매는 모진 결심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나보다 훨씬 못한 자들도 죄다 급제를 하는데 어찌 세상사가 이렇단 말인가. 내 억울해서 눈을 감지 못하겠다' 그는 옥황상제에게 가서 따져보기로 했다. 옥황상제는 선비의 하소연을 듣고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렀다. 그리고 두 신에게 술 시합을 시키며 선비에게 말했다.

 

"정의의 신이 더 많이 마신다면 너의 주장이 정당하다. 그러나 운명의 신이 더 많이 마신다면 네가 체념해야 한다. "결국 술 시합에서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신 반면, 정의의 신은 석잔밖에 마시지 못했다.

 

옥황상제는 선비에게 말했다. "세상은 정의대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따르는 법이다. 7푼의 불합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지. 그렇지만 3푼의 이치가 행해지고 있음 또한 명심해야 한다."

 

운칠기삼은 일찌감치 재주를 인정받았지만 향시에도 붙지 못한 포송령의 자전적 내용일수도 있다.

성공은 운명이나 운수에 메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여 목표를 향해 달린 사람의 몫이다.

치솟는 물가에다 불경기로 살기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불황의 그늘이 난계에도 드리워진 지 오래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는 뜻이니, 이는 <주역>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려운 때이니 음미해봄직도 하다.

 

건강 문제 등 궁하기만 한 일상에서 만나면 활짝 웃으며 반기던 하준호 형을 그리며 변화를 꾀해보기로 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열심히 살고 볼 일이다.

뉘 알리오. 열정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비켜가버린 행운이 무엇에 그리 열심인지 기웃거리며 찾아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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