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蘭신문 '난과함께'는 한국의 蘭 역사와
당신은 성공한 사람입니다
바람이 조금 너그러워졌는가 싶었는데 주변의 나뭇가지가 수상하다. 매화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딘 자축연을 벌였고, 붓을 바투 세운 목련은 격조 높은 문인화 한 폭을 구상 중인지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의 모습이 사뭇 의젓하다.
시간은 언제나 맞이하기를 준비한 사람의 몫이라 하였으니 기쁜 마음으로 봄맞이를 하여야 할까보다.
무자년(戊子年) 설을 쇠었다.
새해 들어 두어 장 연하장을 받기도 하였으나 휴대전화 문자로 새해 인사를 교환하는 세상이 되었다. 세시풍속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으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덕담 내용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복(福)이라는 글자는 ‘두 손으로 술동이를 들어 신(伸)에게 바치는 모습’을 본 뜬 것이라고 한다. 신에게 술동이를 바쳐서 빌면 상서로움을 내려 좋은 일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너 나 없이 복 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복이란 것은 하늘이나 신이 주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복복수수(福復壽酬)라 했다. 즉 복이란 자기가 한 일을 돌려받는 것이고, 오래 사는 것은 자기 한 일에 대한 응보다. 그래서일까. 복이라는 것이 자기 한 일에 대한 보답(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건전한 생각과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다 보면 복은 절로 찾아온다고 믿는다.
사는 일이 힘들다 보니 나 자신을 두고 지지리 복 없다고 한탄해 마지않았다. 일전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무이사(無二寺)의 하담 스님과 차를 마시며 한 담소 중 “십수 년을 두고 이곳 거제를 벗어나고자 내 딴엔 용을 썼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무자년엔 바라는 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했더니 가만히 듣고 계시던 스님께서, “그런가요, 내가 보기엔 처사님은 여기 있어도 성공이요, 여길 떠나도 성공한 사람입니다”라고 말씀 하시는 게 아닌가. 날더러 성공한 사람이라니 언감생심(焉敢生心)도 유분수다.
성공한 사람이라, 스님의 그 말씀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인정하여 줄 때 사람들은 용기를 얻고 격려를 받는다고 하더니, 어쩌면 나도 성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가당찮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실소를 짓기도 했다. 가만히 그 이유를 헤아려보니 하고 싶은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입춘(立春)이 지난 지 한참이나 추위는 오히려 맹위를 떨치어 얼어 터지는 모터펌프 수리에 진력이 난 날이었다. 유리온실엔 햇살이 퍼지면 그래도 온기가 돌지만, 밤에는 살얼음 얼기가 예사다. 행여 얼어 죽은 친구는 없나 하고 식물을 찬찬히 살펴보던 중 작품 감상에 열심인 일행들과 조우했다. 열 명 남짓한 일행 중엔 더러 닮은 이들도 보이기에 가족들이라 짐작했다.
작품 감상 태도가 하도 진지하였기로 쭈볏거리다 그 중 40대 중반의 남자에게 말을 걸게 되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고 하면서 작품의 설명을 듣고 보니 더욱 작품이 예사롭지 않다며 다시 찾은 내력을 이렇게 들려주었다.
작년 10월, 막내가 삼성 조선소로 파견 근무를 하게 되어 부모님과 함께 거제도로 가족 여행을 오게 되었다. 가볼만한 곳을 고른 끝에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지와 거제자연예술랜드가 결정되었단다.
다음날 거제자연예술랜드를 먼저 가보기로 하고선 저녁 식사 때에 약간의 술도 곁들였다. 취기가 약간 오른 때문인지 그날따라 부모님께서 속에 담아둔 말들을 하게 되었는데, 꽤나 분위기가 심각했다. 자식들 보기에는 부모님이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속에 담아둔 게 있었던 모양이었다.
냉랭한 분위기는 다음날까지 이어져 신경이 쓰였는데, 이곳에 들리어 앞쪽에 위치한 전시실 세 곳을 둘러보시고는 뒤쪽에 있는 전시실을 향하는 도중 어느 사이에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계시더란다. 얼굴엔 전날의 앙금을 말끔히 지우신 미소까지 띠우셨더란 것이다. 그로부터 한달 후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한다. 한달 전의 그 여행은 마지막 여행이었고, 그것도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때 거제도 여행을 오지 않았다면 아버님은 속에 담고 계셨던 서운함을 끝내 안고 가셨을 테고, 이곳 예술랜드가 아니었으면 어머님과 화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끝에 설을 쇤 후 첫 휴일을 맞아 그때 같이 못 왔던 가족들까지 온 가족이 이곳을 다시 찾았노라고 했다.
마음이 여려 눈물이 많은 나는 돌아서서 눈시울을 만져야 했다. 돌아가신 내 아버님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너무 힘이 들어 벗어나고자 용쓰는 이곳도 때로는 남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도 된다는 사실에 고무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디다 글을 한번 쓰고 싶다며 주소를 물었더니,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네었다. 명함엔 제이엔제이 디자인 진성준 실장이라 적혀있었다. 그와 마주치면 다시 눈물을 보일까봐 아버님과의 추억이 어린 곳의 선물이라며 작은 화분을 동생 손에 쥐어 주었다.
그들과 헤어지면서 하담 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즐거움을 추구한다. 자기가 하는 일을 오락처럼 사랑한다면 그 결과는 성공으로 이어지게 된다.
빌게이츠는 ‘일을 즐기는 사람에게 당할 자가 없는 법’이라고 했는가 하면, 명심보감에도 ‘知之者 不如行之者 行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자는 행하는 자만 못하고 행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고 하였다.
이왕 난에 손을 대었다면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난을 기르자. 그렇게 하여 난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자. 성공한 사람이 되는 길은 난을 길러 보면 난이 가르쳐 주리라 믿는다.